2017.09.19. 메디파나뉴스. 병원 종사자 60% 이상 언어폭력 경험.."전담기구 마련 시급" 전공의·간호사 등 병원 종사자 대상 설문조사 및 심층면접 결과 발표 감정노동 해결방안 위해서는 병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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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18-04-25 15:40 조회 2,31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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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돈을 이렇게 많이 내는데 제대로 설명도 안 해주나요?" "당신 학교 어디나왔어?" "치료 효과가 없으면 이 병원에 불을 지르고 갈 거다"

 

"엉덩이나 가슴을 만져도 환자들은 인지력이 부족하니깐 참아야 한다고 들었어요" "타임수와 건수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너같은 놈한테 치료 안받아' 이렇게 말해도 그냥 죄송하다고 답한 뒤 웃으며 일하고 있다”

 

전공의, 간호사 등 병원에서 환자를 대하는 종사자들은 이 같은 폭언에 수차례 노출되고, 심각하게는 성희롱, 성폭행, 폭행 등의 상황에 내몰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럼에도 병원 종사자들은 병원 방침에 따라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없고, 병원 내에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상담, 지지하는 전담인력·기구도 없는 실정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사회건강연구소, 서울대 여성학협공과정 김향수 박사과정 등이 사립대병원·민간중소병원·공공병원·국립대병원·시립병원·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전공의·간호사·간호조무사·방사선사·물리치료사·약사·행정사무원을 대상으로 실태조사 및 심층면접조사 등을 시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실태조사 및 심층면접조사 결과, 1주일 평균 5~7회 가량 출근했으며, 1일 평균 근로시간은 8시간 이상이다. 이중 전공의의 경우 1일 평균 12시간 23분 가량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휴식시간은 0분이 28%(348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10분 이하 15.6%, 20분 이하 12.1% 순이었다. 휴게시설이 아예 없는 병원도 57.9%에 달했으며, 그나마 있는 곳도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렵다는 응답이 32.9%였다.

 

이처럼 어려운 근무환경 속에서 감정노동 예방이나 치유 관련 프로그램은 거의 부재한 상황으로, 병원 종사자들이 '이중고'를 겪는 실정이다.

 


실제 조사에 참여한 병원 노동자 60% 이상이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무리한 요구를 받거나, 욕설이나 폭언 등 언어 폭력을 경험했고, 신체적 위협이나 폭행 등을 경험한 비율은 27.7%, 성희롱이나 신체접촉을 통한 성추행 경험 비율도 15.1%에 달했다.

 

이들이 감정노동을 느끼는 정도는 환자 및 보호자, 상사나 의사, 타 부서 직원, 부서 내 직원 순으로 컸으며, 감정노동을 경험한 다음 노조나 직장에 도움을 요청하기보다는 개인적으로 참고 넘어간 비율이 95% 이상이었다.

 

병원에서 감정노동 예방 교육을 받아본적이 없거나 교육 자체가 없다는 응답이 71.4%에 달했고, 사후관리 시스템인 감정노동 치유프로그램을 받아보지 못했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91.1%나 됐다.

 

오히려 감정노동을 겪은 병원 종사자들은 환자의 컴플레인이나 민원으로 인해 병원 내 관리자로부터 불이익을 당한 경우도 있었다. 불이익은 징계나 해고 위협, 시말서 요구, 성과급 불이익, 환자에 직접 사과 등이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병원 내 직원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낮은 편이다. 이중에서도 전공의는 만족도 점수가 5점만점에 2.54점에 불과해 가장 낮게 나타났다.

 

연구를 시행한 사회건강연구소 공선영 연구위원은 "보건의료업 남녀를 막론하고 노동자 모두 감정노동에 많이 노출되면서 감정의 부조화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게다가 병원은 감시만 할 뿐 아무런 보호를 하지 않고 있어 감정노동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폭언, 인격모멸적인 말, 폭행 등 감정폭력에 계속 노출되고 있으나 소명기회가 없다보니 감정적 탈진이나 우울증 등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조직의 지지와 보호가 부족해 이들은 감정 폭력 경험시 이직을 선택할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공 연구위원은 "무엇보다도 감정노동자들에게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방어권리를 부여해야 하며, 이와 함께 병원은 악성환자와 보호자를 전담하는 부서 및 인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도 "법적으로 고충처리위원회를 마련하라는 조항이 있기 때문에 감정노동이 심각한 병원은 반드시 별도의 감정노동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다양한 정책 대안을 단계별로 접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의료산업노조연맹 진기숙 여성국장은 "상대적으로 환자들은 약자기 때문에 감정노동을 법제화한다고 해도 병원에 직접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즉 법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라면서 "병원 스스로가 직원들을 직접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법을 통한 국가적 보호보다는 병원에서 먼저 직원들을 보호하고, 환자들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 제지해 나가야 한다는 것.

 

진 여성국장은 "문제는 병원 사측, QI팀 등은 '높은 임금을 받으면 감내해야 한다. 그 안에 감정노동 수당이 있다'는 식으로 문제 해결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병원은 직원들은 우수한 전문인력, 병원의 '자산'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고충처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각 관련 단체, 지자체 등은 감정노동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마련해야 하며, 병원 내 보호조치를 위해 응급실, 정신과 등의 보호관리 수가를 별도로 마련해 병원들이 보안요원 배치, CCTV 설치 등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