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 노동인권 변호사가 함께한 노동자들의 법정투쟁 이야기' (2026년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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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6-05-15 10:52 조회 31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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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건강연구소는 5월 7일(목) 저녁 7시 30분부터 2시간 가량 온라인 독서모임을 가졌습니다.

2026년 첫 번째 독서모임에서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경계 없는 노동, 흔들리는 삶』을 다뤘던 것에 이어, 이번 두 번째 독서모임에서는 『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 노동인권 변호사가 함께한 노동자들의 법정투쟁 이야기』 (윤지영 저, 클)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난 독서모임과 마찬가지로 독서모임 이끔이가 모임을 진행하는 형식으로 진행하였는데요, 이번에는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사회건강연구소 회원이신 문다슬 선생님께서 이끔이 역할로 서평과 알찬 생각거리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모두가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Zoom 온라인 모임에서 이 책의 서평을 「한국사회정책」 제32권 제4호에 실었던 문다슬 선생님께서 서평에 실린 소회를 먼저 이야기하고 생각거리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서평 소개]

 

“이 책은 윤지영 변호사가 경험했던 사건과 그 사건에 연루된 노동자들의 일상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 미디어, 학계, 정책 쪽에서도 다루지 않지만 사실은 사람들이 더 흔하게 경험하고 마주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다. 지난 시간 다루었던 액화 노동의 특성을 갖는 노동자가 사례로 많이 등장한다. 이 노동자들의 고용이 얼마나 불안하고, 노동 환경 또는 노동 자체가 불합리하며 폭력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강조하는데,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법과 제도가 뒷받침해 주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한다. 한국 노동자들이 받는 억압의 구조는 권력의 구도를 따라서 벌어지므로, 각 개인의 사례이면서도 유사한 조건을 가진 모두가 언제나 겪을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을 서평에서 짚었다. 또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도화되었던 것들이 현실에서 오히려 노동자를 겁박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제도와 법이 가지고 올 수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깊게 고민하며 접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생각거리 소개]

 

“생각거리의 전체적인 주제는 ‘일상의 노동을 생각하기’이다. 내가 하는 노동, 내 주변 사람이 하는 노동, 우리 동네에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노동, 취미 활동을 하며 마주하는 노동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힘쓸 수 있을까? 이러한 주제에 대해 생각을 나누고 싶었다.”

 

생각거리 1. 제도적 차별: 책에 등장하는 노동자들은 공통적으로 ‘역진적 선별성’을 특징으로 갖는 한국 사회제도에서 온전한 시민의 자격을 부여받지 못한다. 사회가 변하고 노동을 둘러싼 조건(특히 고용관계)가 변화함에 따라 한국 사회제도도 그 경계를 더욱 넓히고 있으나, 그럼에도 여전히 정규직 노동을 조건으로 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이들, 노동과 사회의 외부에 있는 이들은 구조적 차별을 받아 마땅한 존재로 여겨진다. 제도의 경계는 이 노동자들을 쉽게 가치 절하한다.

이때, 역진적 선별성이란,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이 가는 구조로 한국의 복지가 형성되어 왔다는 의미이다. 

 

생각거리 2. 일상적 (미세)차별: 휴대폰 판매노동자, 택시기사, 경비 노동자 등의 노동자들은 일상 속에서 흔히 사람들이 욕하는 대상이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자주 폰팔이라는 표현을 쓰거나, 택시를 탔을 때 기사가 말을 너무 많이 걸거나 이상한 소리를 해서 피곤하다는 말을 한다. 흔히 직장인이라고 묘사되는 사람들보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자주 만나는 노동자들인데, 이러한 대면의 경험이 우리로 하여금 이들에 대한 가치 판단을 더 쉽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돈’을 지불하는 입장에서 이들의 노동을 평가 절하하는 것이 권리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우리가 경험한 불쾌함이나 불만족이 사실 이들 노동자 개인의 역량이나 서비스라기보다는, 법을 토대로 구체화된 노동시장 제도가 내놓은 생존 전략이다. 

 

생각거리 3. 법의 쓸모: 시민 사회 운동과 정책, 학술 영역에서 법은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다뤄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런 법이 반드시 제도화 되어야 하고 도입되어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동시에 법이 휘두르는 폭력의 양태가 있다. 책에서 나온 사례의 노동 조건이 불법인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 있다. 공정하지도 않고 정의롭지도 않은 것을 알지만, 법이 허용하는 정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이다. 왜냐하면, 권력을 가진 자본과 기업은 무엇이 법으로 허용되는지, 어떻게 우회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자원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으로 노동자의 연대체를 해체시키고, 노동자의 생존을 위협하기도 한다.

 

생각거리 4. 노동조합: 한국에서 노동조합원이 되기 위해서는 각오가 필요하다. 노동조합이 차별과 불이익의 공식적인 이유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노동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적대와 혐오에서 비롯된다. 정부 보고서에서도 사무직과 노동직을 구분하며, 우리 인식 속에서 노동이라는 단어의 쓰임은 차별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노동 조합에 가입하는 것이 마치 불온한 조직에 가담하는 것처럼 묘사되기 쉽고, 때로 직역 이기주의의 상징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전문직이나 안정적인 노동자끼리 노조를 결성하여 노동의 가치와 언어를 빌어 주장하면서도, 파견 노동자나 하청 노동자와 자신들을 구분짓기도 한다.

 

** 아래는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를 정리해 본 것입니다.

 

- 드라마처럼 술술 읽히면서도, 중간중간 울컥하게 되기도 했다. 저자의 노동자를 향한 열정과 애정, 본인의 일을 꾸준히 해나가는 모습을 보고 제 삶을 반성했다. 그리고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존엄성에 대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적인 생각을 품게 되기도 했다.

 

발제문에서 우리가 노동조합 가입을 한다고 하면 불온한 조직에 가담하는 것처럼 묘사된다고 하신 부분에 크게 공감한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노동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만들어지는지 잘 모르겠다. 어릴 때부터 노동이라는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게 되는 교육의 문제일까? 노동이 그냥 일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이것을 특별하게 보고, 남의 단어처럼 여기는 문화가 개선되어야 할 것 같다. 

 

제 주변에서도 본인은 노동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저는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데, 가까운 친구들도 노동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노동을 육체 노동으로만 생각하고, 전문직이 수행하는 노동이나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노동은 노동이라고 이름붙이지 않는다. 노동이 나와 전혀 관련 없는 일이라고 여기는 생각이 해결되어야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존엄을 지금과 다르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 윤 전 대통령 계엄 이후 우리가 광장에 나가며 노동조합의 이미지가 잠깐 긍정적으로 되었지만, 실제로 노동과 관련한 문제가 일어났을 때 연대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인 것 같다. 이는 노동에 대한 이해가 다르기 때문이 아닐지. 이번 정부에서 노동절이라고 이름을 바꾸는 등 개선이 보이는 듯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 여성학자로서 액화 노동, 제도 바깥으로 벗어나 있는 노동, 프리케리아트, 불안정한 프롤레타리아라고 하는 새로운 계급에 있어 특히 여성이 그러한 불안정 노동에 많이 놓여져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돌봄 관련 노동자가 대부분 제도 바깥에 있다. 여성의 노동 가치나 돌봄 노동의 가치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모토를 많이 이야기한다. 그 방법의 대안으로 노동조합이 수반되는 것 같다. 

 

초등 돌봄 전담사를 면담했던 경험이 있는데, 그 직업은 무기계약직화가 되어 있다. 이전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노동조합을 통해 노동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담사들을 만나며 고민이 생겼다. 이들이 무기계약직화되는 과정에서 노조에 참여하면서 겪었던 경험에 회의가 많았기 때문이다. 가장 컸던 문제는 노조의 조합원들이 전담사의 노동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돌봄 노동이라는 것이 이전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돌봄 노동의 내용과 본질, 그것이 갖는 전문성에 대한 합의 없이는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임금 인상밖에 없다. 그래서 오히려 노조를 일탈하여 초등 돌봄 전담사끼리 모임을 만들어 우리가 어떻게 하면 교사로서 잘 가르치고, 교안을 개발하고, 전문성을 높일까 하는 대안을 모색하는 경우도 있었다. 

 

노동조합이 기존의 남성 중심 직업으로 만들어진 틀이기 때문에 여성이 주로 하는 돌봄 노동의 문제는 기존의 노조로 해결하기 어렵겠다는 한계를 느꼈다. 노동조합도 어떻게 보면 산업화의 근대적인 노동 투쟁 방식이라 할 수 있는데, 노동조합 이후의 새로운 노동 투쟁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되지 않을까?

 

- 저는 특이하게 근로자라는 개념보다 노동자라는 개념에 더 일찍 눈을 떴던 것 같다. 학교의 교육이 중요한 것 같다. 요즘에는 중학교부터 진로, 직업에 관한 내용을 배우던데, 이런 식으로 점차 나아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도 노동조합에서 성희롱과 성추행 등의 사건이 많이 발생하고 있고, 이것을 덮으려고 하는 것을 보며 똑같은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권력 관계를 통해 사건이 진행된다는 사실에 회의감을 느끼기도 했다. 노동조합도 집단으로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여성 노동자가 노조에 많이 참여하고, 노조의 대표까지 올라가면 정말 좋겠지만 그렇게 되기 힘들다고도 생각한다. 

 

저는 비정규직 쪽을 더 중점적으로 봤다. 예를 들어, 기간제법은 좋은 의도로 생겼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그것을 기준으로 하여 모든 2년 이내의 직원을 다 내보내는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래서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생기는 법인데, 이것이 완전히 역효과가 났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육아 휴직 등도 제도적으로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사회적 약자가 경력이 단절되지 않고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자 만든 법이지만, 권고사직으로 나가거나 분위기에 밀려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여성이 소규모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법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했다.

 

- 다양한 직종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다만, 저는 건강과 관련된 부분에 관심이 많은데 저자가 변호사이다 보니 법적인 부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고, 사례의 나열이라 깊게 파고들지는 않아서 조금 아쉽기도 했다.

 

요양보호사, 가사 노동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장애인 활동 지원사 등의 사례가 더 다뤄지면 좋겠다. 또한, 건강한 일터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책이 더 나오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 법도 노동조합과 마찬가지로 양면성이 있는 것 같다. 어떤 대상을 보호하고자 법을 만들고 시행하지만, 법 제도로 인해 한계가 생기기도 한다. 저는 직업병이나 산재 판정 회의에 자주 들어가는데, 오히려 법과 제도로 인해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유해한 환경에서 오래 일을 하여 분명히 이 질병이 생길 수 있고, 증거도 있다. 그러나, 직업병과 관련해서 산재보상보험법 내에 있는 시행 규칙을 보면 적어도 몇 년은 일을 해야 한다, 어느 정도 이상은 유해물질에 노출 되어야 한다 라는 기준이 있을 때가 있다. 강제는 아니고 고시 정도이지만, 사람들은 그 기준으로 판단을 많이 한다. 만약 그 기준이 10년인데 노동한 기간이 9년 8개월이면 직업병이 아닌 것인가? 이러한 제도를 기준으로 하면 노동자들이 오히려 산재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한계점이 있다.

 

또, 저도 이제 노동조합이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노동조합도 변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과 그렇지 않은 사업장이 굉장히 다르고, 노동조합이 있는 곳에서 노조에 가입되어 있는 사람들은 그래도 최소한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래서 해체되어 연약한 노동자들이 조직된 힘을 갖고 본인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것에 노동조합의 형태인가에 대해 의문이 있다.

 

그리고 법을 만드는 사람들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는 문제도 있다. 결국 노동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되고, 그 목소리가 법에 반영되어야 실질적으로 작동 가능한 법이 만들어지고 다같이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 일을 하면 할수록 갚아야 하는 돈이 많은 구조에서 살 수밖에 없는 젊은 세대가 안타깝고, 그런 구조가 문제라는 생각을 했다. 또한, 어떤 회사에 소속된 직원이면서도 개인 사업으로 등록되어 일하고 있는 구조도 많다. 예를 들어, 큰 미용실도 헤어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1인 사업장을 내고 있고, 헬스장 트레이너의 PT도 1인 사업 형태이다. 너무 복잡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앞서 경비 노동자에 대한 입주민 갑질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우리가 아파트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을 공적으로 근무하는 형태로 보지 못하고, 내 사적인 부분에서 일을 시켜도 된다고 생각하게 되는 구조가 있다. 사적인 영역에 들어오는 직업에 대해 더 주의가 필요하겠다. 

 

- 실습생 이야기를 인상 깊게 봤다. 실습 형태로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도 못하며 저임금 또는 무보수로 일을 하고 있는 학생이 계속 진정을 올리는 등의 노력을 하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젊은 청년이 어떻게 그런 대응을 해나가며 불의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것인지, 감명 깊게 읽었다.